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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방콕 일상) 내 머릿속은 텅 빈 좀비 같달까

한 2주전부터 너무 바빴다. 

근데 육체적으로 바쁜것보단 정신적으로 막 파도가 치는데로 휩쓸리다 보니 더 바빴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정말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지 않고 몰아치는대로 여기 갔다 저기갔다 하는 것 같다. 요즘의 나는 정말 좀비. 

 

일단 지난 2주간 나의 정신을 가장 피폐하게 만든건 친구들의 Baby shower 파티...

Baby shower자체가 너무나도 미국적인 것이라 그전에 가본적도 없지만, 2주 연속 Baby shower에 가다보니 

뭐랄까.. 인류애적 마음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베이비도 사랑하고 하지만, 하루 거의 반나절 이상을 임신, 출산, 육아 등등에 휩쓸려 

한 1시간만 해도 충분할 것 같은 얘기를 하루죙일.... 거기다가 또 썩은표정은 할 수가 없으니, 너무 신기하고, 축하하고, 소중하고 하는 표정으로 친구들 옆에서 하루를 보내자니........ 아이스 브레이커 같은 small talk도 5분이상하면 그자리를 도망치고 싶어하는 내 성격에 정말 위스키 한 10잔 때려넣고 싶은 맘이었달까........

 

그와중에 그 자리에서 나이 젤많은건 나였던 것 같은데, 또 그와중에 애인없고, 남편없고, 애 없이 온 애는 나뿐이었던 ...... Lol  

고생했다 고생했어 정말 

 

 

그 다음으로 나를 힘들게 한건 태국 클라이언트들과의 미팅 

안그래도 태국말도 못해서 클라이언트가 하는 말은 거-의 못알아 듣고, 대충 중요한 것들만 옆에서 팀원이 통역해줄때마다 이해하고 답해주고 하는데, 한 시간 넘게 그 자리에서 딴짓할 수는 없고, 태국말 1도 못알아 듣지만 그래도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테니 초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그들의 얼굴 표정에 집중하고, 그들이 웃을때 나도 따라 웃으려고 하다 보니 한번 미팅 갔다오면 기가 너 --- 무 빨리는것. 

 

일은 해야겠고, 팀원이 내가 그래도 있는게 낫다고 하니 안가겠다고도 못하겠고. 

올해 들어서 일은 일대로 여기저기서 터지고 하다보니,

안만날 수도 없고. 

지지난주부터 일주일에 3일 이상은 클라이언트랑 미팅하면서 보낸것 같다. 

 

제발 2월 중순부터는 좀 잠잠해졌으면 좋겠다. ㅈㅔ발요 

 

집에서 밥 안해먹는거 티나

Internal mobility 인터뷰 

회사 내부 다른 팀에서 TO가 났고, 왠일인지 내 매니저가 나를 그 포지션에 추천해줬다. 

같은 회사지만, 다른 계열사 같은 느낌이고, 또 내부 인사 이동이어도, 똑같이 CV로 지원하고 인터뷰 프로세스를 (조금 간결한) 진행해야 하는건 마찬가지.

 

지난주 화요일에 처음으로 그 포지션의 매니저를 만났고, 중동 오리진으로 보이는 그 매니저는 세상 웃지도 않고 차갑더라. 

그래도 표정 안보고 말만 들어보면 밑에 사람들 잘 챙기고 서포트 해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또 어쨌든 지금 하고 있는 일, 똑같은 회사에서 5년정도 일하고 나니 후.... 매너리즘 + 번아웃 + Quiet quit 파티였는데. 

 

요즘 테크기업에서는 사람들을 줄줄이 해고하고, 시장에 넘쳐나는 인재들도 그렇고, 경제 상황도 그렇고, 다른 회사 가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으니, 다른 조직에서 다른 서비스와 새로운 사람들이랑 일하는 것도 나름 경험이고, 포지션 자체도 지금 내 포지션보다는 조금 더 Scope가 넓고 Step up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왠걸. 지난주 내내 Presentation 준비해서, 어제 PT 인터뷰 봤는데, 나는 그 여자 매니저분만 표정없이 차갑고 세상 Serious한가 생각했는데, panel로 들어온 다른 두분은 더 하더라. 진짜 뭐랄까, 왠만한 테크기업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고, 경력이 쌓이고 해도 그 특유의 위트와 Young spirit으로 무장해서 인터뷰를 보던, 미팅을 하던 아무리 Serious한 토픽을 갖고 하는 미팅이어도 표정은 늘 밝고, 재미있고, 웃고 그러는데.

 

와 어제 미팅은 이빨 보이며 웃는 순간, 아 차 내가 잘못했나?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세상 딱딱하고, 차갑고, 웃음기 없고, 장난기 없는 그런 인터뷰. 일부러 그런건 아닌 것 같고 그냥 그 회사 자체가 갱쟝히 Serious한가? 

 

인터뷰 끝나고서도 그 찝찝함과 충격의 마음이 도무지 가시지를 않았다. 이렇게 당황스러운 인터뷰라니 

 

아직 화요일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금요일까지 버티지...